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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박근혜 정권은 타도해야 할 독재 정권인가? 시사

다시금 나오는 ‘선거 불복’?



이미지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8&aid=0003522296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혹자는 이명박 정부를 5공이나 3공 심지어 1공보다도 더 반민주적인 정권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재권위주의화"라는 말은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로 역진적으로 이행했거나 그럴 위기에 있다는 절박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동일한 민주주의 체제하의 다른 정부가 아니라, 하나는 민주 정부이고 다른 하나는 독재 정부이기에 양자 사이에서 상대적인 비교는 가능하지도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민주주의이기에 절대적으로 좋은 체제이며, 이명박 정부는 권위주의이기에 절대 악이고, 그렇기에 윤리적으로도 동등한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정의와 충돌한다. 간단히 정의할 때 민주주의는, 정치적으로 조직된 집단들 간의 선거 경쟁에서 다수를 획득한 집단이 시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통치하는 체제이다. 셰보르스키의 간명한 정의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는 체제인 것이다...(중략)...


선거에서의 패자가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떄,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의 집권을 민주주의의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가장 민주적인 가치를 실천한다고 자임하는 진보파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파괴하는 역설적 현상이 만들어진다. 진보파가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었을 때 보수파가 동일한 태도로 도전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런 주장과 논리적 전제들이 갖는 자기모순과 일방주의적 편향 때문에 진보는 대중적 설득력을 상실했고 더욱 왜소화되었다...(중략)...


우리가 민주주의냐 아니냐 라고 말할 때, 일반적으로 그것은 정치체제 내지는 통치 체제의 한 유형을 가리킨다. 예컨대 왕정이나 귀족정, 군부 권위주의 체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민주정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도 통치자들이나 시민들의 행태나 의식이 권위주의적 가치 규범이나 행동 양식을 나타낼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특정의 정부나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냐 아니냐로 유형화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우선 특정의 통치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그 차원의 작동 원래 내지 기본 요건을 중심으로 정의되고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정부 정책의 내용이나 성격을 놓고 권위주의 또는 독재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이념적 보수성과 혼동한 결과이다. 민주주의를 실질적 정책 내용, 즉 평등한 부의 분배,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같은 기준으로 정의한다면 자유 시장 경제정책이나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을 추구하는 나라, 예컨대 대처 정부하의 영국이나 레이건·부시 정부하의 미국, 고이즈미 정부하의 일본 등은 모두 민주주의로 분류될 수 없을 것이다. 정책의 내용이나 성격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들을 보수 정부로 유형화하는 것이 옳고, 실제로 누구나 그렇게 정의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역시 한국적 조건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보수 정부의 하나로 보는 것이 훨씬 사실에 가깝고 합리적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판과 항변은 가능하고 타당하다. 즉, 선거에서의 승리, 국회에서의 과반수 다수당이라는 조건만으로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국정 운영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제아무리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라 하더라도 지난 선거와 다음 선거 사이에 통치행위나 정책 내용 그리고 그 결과 등 정부의 공적 행위 전반에 대해 시민에게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이런 책임의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중략)...


실제로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책임성을 갖게 만들 것인가 하는 데 있다. 필자가 보기에, 책임의 부과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야말로 하나의 통치 체제로서 민주주의가 갖는 핵심적 약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앞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대통령과 정부의 일방주의적 권력 행사, 독선적 정부 운영, 폐쇄 회로적 정책 결정 등의 요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하나의 논평(최장집)」




2010년도에 최장집 교수가 쓴 글이다. 저기서 이명박 정부를 박근혜 정부로 바꿔 읽어도 오늘날의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참고로 이 글의 저자인 최장집 교수는 노동 문제를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학자다. 


지금은 80년대가 아니라, 2010년대이다. 독재 대 반민주 프레임은 80년대나 먹힐 법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신이 아니다. 완벽한 절대자가 아닌 이상, 당연히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부분을 비판하는 행위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비판과 타도는 매우 다른 차원이다. 박근혜 정부는 계승과 비판의 대상이지, 극복과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6/08/08 19:09 # 답글

    박근혜 지지한 사람들을 비국민으로 간주하면 해결될문제...응?
  • 사회과학 2016/08/08 21:46 #

    이걸 해결하려고 국개론이 나왔죠. 물론 국개론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 알토리아 2016/08/08 23:13 # 답글

    최장집이 저런 글을 썼다니 제 머리 속의 이미지와 상충하는군요 ㄷㄷ...

    최장집 교수도 꽤 전투적인 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 사회과학 2016/08/09 00:51 #

    최장집 교수는 '보수든 진보든 못하면 다 까자'라는 마인드죠. 그래서 진보 쪽에도 쓴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고요. 다만, 제가 본 최교수의 글은 주로 00년대 이후에 나온 글이라, 그전에는 어땠는지는 잘 모릅니다
  • 모모 2016/08/10 00:34 # 삭제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죠;;;
  • 액시움 2016/08/09 01:30 # 답글

    그 구원투수로 촉망받은 김종인이 받은 대우를 생각하면.(...)
  • 별일 없는 2016/08/09 06:14 # 답글

    그잘난 진보들이 닭그네보다 더 권위주의고 구시대발상하는 중궈를 물고빠는거보면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 사회과학 2016/08/09 11:59 #

    중국은 착한 독재랍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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